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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짧았던 겨울방학 석달.
아침 일찍, 정신없이 집을 나서 지독한 추위를 뚫고 학교로 걸어가는 십여분이 하루 중 유일하게 맘편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Jurassic 5 - Quality Control

1. 어느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 돼버린 주라식파이브. 이들의 첫 정규앨범인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은 말이 필요없는 명반이다. 보다 최근에 나온, 전에 소개한 파워 인 넘버즈(Power in Numbers)는 이 앨범에 비하면 빛이 바랠 정도다. 주라식파이브가 만들어낸 노래 중에 Jayou만한 건 아마 다시는 나오기 힘들겠지만, 이 앨범 오프닝부터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1번-6번 트랙은, 끊이지 않고 한곡 한곡 넘어가는 빈틈없는 프로듀싱이 일품이다.

맹추위 탓에 웅크린 몸으로도 이들 앞에선 어깨춤을 들썩들썩 출 수밖에 없다.



Mos Def - Black on Both Sides

2. 모스 데프는 탈립 콸리와 함께 블랙스타(Black Star)라는 이름으로 낸 한장의 프로젝트 앨범으로 미국 힙합계를 발칵 뒤집어놓더니, 뒤이어 내놓은 이 솔로앨범으로 블랙스타에서 보여준 실력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 친구는 요즘은 음악뿐 아니라 영화계에도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에 개봉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도 출연했고, '이탈리안 잡'에도 등장했었다. 얼굴도 잘생긴 데다가 최근에는 랩만 하는게 아니라 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쿨한 아저씨다.

걸쭉한 목소리로 힘있게 뱉어내는 랩이 듣기 좋다. 모스데프는 투팍처럼 증오와 애환이 섞인 가사를 쓰진 않는다. 욕설도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시종일관 그는 감정이 격해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앨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으며, 인종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You can laugh and criticize Michael Jackson if you wanna
마이클 잭슨을 비웃고 욕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Woody Allen, molested and married his step-daughter
우디 앨런은 자기 수양딸한테 치근대고 결혼해버렸어
Same press kickin dirt on Michael's name
똑같은 언론이 마이클 이름엔 흙을 뿌리더니
Show Woody and Soon-Yi at the playoff game, holdin hands
우디하고 순이가 플레이오프 경기에 와서 손잡고 있는걸 보여주지
Sit back and just bug, think about that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좀 해보라구
Would he get that type of dap if his name was Woody Black?
만약에 그의 이름이 '우디 블랙'이었으면 과연 그런 대우를 받을까?
O.J. found innocent by a jury of his peers
O.J.는 그의 동지들(흑인들)로 구성된 배심원에게 무죄라고 판결받았고
And they been fuckin with that nigga for last five years
지난 5년 내내 그친구를 못살게 굴고 있지
Is it fair, is it equal, is it just, is it right?
이게 공평한가, 이게 평등한가, 이게 정의로운가, 이게 옳은가?
Do you do the same shit when the defendent face is white?
피고인 얼굴이 하얘도 똑같은 짓을 할까?
If white boys doin it, well, it's success
백인 녀석들이 하면, 그건 성공
When I start doin, well, it's suspect
내가 하면, 그건 용의자

-[Mr. Nigga] 중에서-



The Roots - Things Fall Apart

3.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앨범이다. 루츠는 여기저기서 이름만 많이 들어본 그룹이었는데, 지금은 왜 진작 들어볼 생각을 안했을까 땅을 치고 있다. 알고보니 세계제일의 비트박스를 자랑하는 그 라젤(Rhazel)도 루츠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이 앨범에 라젤도 등장한다. 이 그룹은 음악 전부를 자기들이 직접 연주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 때문인지 라이브 트랙에서 유달리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멤버도 여러번 바뀌고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모양이지만, 그룹의 핵인 퀘스트러브(?uestlove - 이녀석은 드러머인데다가 디제이. 곡도 쓰고 자기가 드럼도 치고 하는 천재인 모양이다;)가 있는 한 루츠의 색깔은 크게 변하진 않을 듯싶다.

이 앨범에 담겨 있는 [You Got Me]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


다이나믹 듀오 - 더블 다이너마이트

4. 다이나믹 듀오가 돌아왔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은 실망스러웠던 앨범. [이력서] 같은 스타일을 기대했던 탓이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력서]가 오히려 이들의 색깔에서 약간 벗어난 곡이 아니었나 싶다. 2집 역시 1집과 마찬가지로 다이나믹 듀오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내가 국내 랩 앨범을 많이 들어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개코만한 래퍼는 없다.

특히 내 맘에 드는 건 [고백]과 [Let's Go]. [고백]은 무엇보다 가사가 절절히 와닿는다. 후반부에 정인의 노래를 끼워넣는 대신에 가사를 더 썼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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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7 17:47 2006/02/27 17:47
  1. 이승현
    2006/03/18 19:24
    아하;;모스데프의 얼굴을 어디선가 본듯했는데..히치하이커영화에 나왔군요. 그냥 '무슨 개그맨인가보다'하고 생각했는데..어떤 앨범인지 궁금하네요.들어봐야겠어요ㅋ
    • onecent
      2006/04/02 18:42
      하하하. 모스데프가 개그맨같이 생긴 얼굴인가.. 그렇게는 생각 안해봤었는데.
      저 아저씨는 만능 재주꾼이야 진짜. 위에 써 놓은 저 솔로앨범도 사서 들어볼 만하고, 구하기가 좀 힘들겠지만 Black Star 이름으로 발표한 앨범이 소장가치는 더 높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