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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스크랩 Posted at 2009/03/09 12:44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309103614&section=06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런 몰상식이 소위 '주요' 일간지에 버젓이 실리고 있다는게 놀랍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요즈음은 이런 몰상식을 어떻게 해서든 상식으로 보이게끔 포장하려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인간의 기본권 보장과 같은 원칙들은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이제는 전지구적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명색이 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원칙들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그와 같이 부정하고 있음을 숨기려 들지조차 않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아내의 유혹'과 기존의 이른바 '막장드라마'와의 차이는, 기존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살인까지 서슴지 않게 만드는 불륜, 무자비하고 또 그런만큼 비현실적인 복수 등을 소재로 삼아)사람들의 극단적인 욕망을 자극하지만, 그러한 극단적인 욕망 자극을 가족드라마 또는 시대극 등 '통상적인' 드라마 형식으로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기존의 '막장드라마'들이 비현실적인 신생아 바꿔치기나 어이없는 불치병의 돌연발병 등의 '막장'수단을 동원하여 원초적인 감정 자극에 승부를 걸면서도 스스로 그것을 부끄러워했다면, '아내의 유혹'은 '막장드라마'임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야기전개의 개연성은 완전히, 그리고 적나라하게 무시당했다. 가끔 보고 있으면 이런 것도 극이라고 방영할 수 있을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 전 분야에서 '아내의 유혹'을 찍고 있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 인류가 근대의 역사를 통해 확립하려 피를 흘렸고 피를 흘려 지켜온 가치들이 스스럼없이 짓밟히고 있다. 최소한의 변명도 없이, 죄책감을 느끼는 시늉조차 없이.
남은 것은 원초적인 욕망 뿐이다. '힘이 있으니 맘대로 쓰겠다, 참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하는 식의, 원시적이고 물리적인 욕망이다.
그러한 욕망이 본능적인 것이고 어찌 보면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것임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본능을 배반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 보장과 같은 원칙들을 기준으로 삼아 본능을 배반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보다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들을 수호하기로 결의했고 우리의 헌법이 바로 그 증거다.

우리가 합의한 원칙들을 그동안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기에, 그래서 안일주의에 빠져 그 원칙들의 의미나 그 소중함을 잊어버렸기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근래에 방영되고 있는 이 거대한 '아내의 유혹'이, 잊고 있던 헌법의 기본 원칙들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선 점수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아예 대놓고 헌법원칙을 무시하는 이 한 편의 '막장드라마'가 그러한 원칙 자체의 근간을 허물어 버리고 말 위험성이 훨씬 더 커보인다.
젠장, 시청률은 또 왜 그리 높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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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2:44 2009/03/09 12:44
  1. 가넷
    2009/03/17 23:23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적단체로서 조중동을 고발한다.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용인될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아오. 열받어)
    • onecent
      2009/03/20 18:52
      정말..이번 신영철 대법관 사건이 저한테는 한계였던 것 같습니다.
      이건 진짜 아니잖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앞으론 '보지 말라'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난 안 본다'에 그쳤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