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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Monologue'

주절주절/음악 Posted at 2008/02/16 22:06

김동률의 새 앨범 'Monologue.'

1. 먼저 첫 곡인 '출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일본여행을 떠나기 전날에 아이팟에 앨범을 집어넣고는 내일 공항 가는 길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는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 가방을 질질 끌면서 공항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앨범을 처음으로 들어 보았다. 차도 많지 않은 새벽. 이어폰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소음도 별로 없겠다, 추위 탓에 정신은 반짝 들어 있겠다, 음악 듣기엔 딱이었다.
가만히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이게 뭔가.

아주 멀리 까지 가보고 싶어
그곳에서 누구를 만날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 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곳을 바라볼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낀 카메라
때묻은 지도 가방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되겠지
이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기막힌 우연의 일치였다. 지금 내 상황에 너무도 잘 들어맞았다.

이미 한 번 갈 뻔한 도쿄. 나 빼고 갔다 온 녀석들이 찍어 온 무수한 사진들을 하도 봐서 그런지 이미 갔다 온 것 같은 도쿄. 계획을 (다시) 짤 때부터 출발 전날 짐을 쌀 때까지도 왠지 모르게 별다른 설렘이나 두근거림 없이 시큰둥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출발 당일 새벽, 순식간에 마음이 부풀었다.
공항 가는 길을 공항 가는 길답게 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저 노래 덕이다.

나는 홍콩으로 출발하는 날에도,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 '출발'부터 찾아서 틀었다.


2. 타이틀곡 '다시 시작해보자'의 마지막 부분.

아무래도 나는 너여야 하는가봐
같은 반복이어도 나아질 게 없대도
그냥 다시 해보자 한번 그래보자
지루했던 연습을 이제 그만하자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이 구절을 들으면서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마지막 대화가 떠오르는 건 나 뿐일까? 여지껏 들은 '오케이' 중에서 가장 가슴을 울렸던 바로 그 '오케이.'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 주고받은 '오케이'속에 들어 있는 말을 풀어서 쓰면 그게 바로 '다시 시작해보자'가 된다.

정에서 반을 거쳐 합으로 나아가는 바로 그 순간.
[이터널 선샤인]의 '오케이' 그리고 김동률이 읊는 '다시 시작해보자'가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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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22:06 2008/02/16 22:06